도한호 본사주필
도한호 본사주필

오늘은, 지금으로부터 74년 전인 1950년 1월 12일, 당시 미국의 국무장관 딘 애치슨이 소위 “애치슨 라인 선언(Acheson line declaration)”이라는,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방위선을 발표한 역사적인 날이다.

우리에게는 치욕적인 날이기도 하다. 이 선은 정변이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이 방위 임무를 가지고 지켜줄 지역과 방임할 지역을 가른 것이었다.

이 라인은 알래스카 남쪽의 알류샨 열도부터 필리핀 남방에 이르는 긴 선으로서, 중요한 것은 한국과 타이완이 제외되고 일본과 필리핀은 방위선 안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선언문이 발표된 날이 공교롭게도 김일성이 모스크바를 방문해서 스탈린과 회담한 기간이었다.

미국은 1945년 8월 15일, 세계 2차 대전 승리 선언 이래 한국에 진주해서 한국의 국방과 치안에 이바지했으나, 이 선언문을 발표한 직후부터 미군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미군은 군수물자 창고를 샅샅이 뒤져서 탱크 하나 기관총 한 자루도 남기지 않고 다 챙겨서 미국으로 돌아갔다.

소련군이 북한에 주둔하면서 삼팔선 이북을 통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왜 남한에서 군대를 철수했을까? 그 이유 몇 가지를 짚어 본다.

첫째로, 조선이 일본의 강요로 치욕적인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한(1910) 후, 36년 만에 해방을 맞이하자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우국지사들이 귀국했고, 그들은 각각 정파를 형성해서 새로이 탄생한 대한민국의 발전에 참정할 뜻을 폈다.

그런 와중에 김구 선생이 암살당하고 여운형 선생의 정치 행보도 평탄하지 못했다. 미국은, 한국의 정치인들은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을 외면하고 정권 장악에만 혈안이 되어있어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둘째로, 알다시피, UN은 포츠담 회담을 통해서 뒤늦게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해서 승전국의 지위를 얻은 소련에게 북한을 맡기고, 미국에게는 삼팔선 이남을 맡겼다.

국제연합은 미국과 소련이 각각 맡은 지역을 신탁통치 하도록 결의했으나, 이승만 정부는 그것을 주권침해로 간주하고 초등학생까지 전국의 모든 학생을 동원해서 신탁통치 반대 현수막을 들리고 “반탁통치” 머리띠를 두르게 해서 길거리에 내보냈다. 온 나라가 신탁통치 지지와 반대파로 나누어져서 나라가 여간 시끄럽지 않았다.

미국은 그렇다면, 너희들끼리 한 번 해보라는 심사였을 것이다. 또 당시의 미소 관계에는 이념문제나 상반된 이해가 없었고, 두 나라가 똑같이 세계 2차대전 승전국가였으므로 피차 견제할 필요가 없었고, 세력 균형 같은 것을 염려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셋째로, 이승만 대통령의 고압적인 자세가 미국을 자극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알다시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급서로 1950년 초에 부통령으로서 제33대 대통령에 취임한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은, 북한이 남침했다는 보고를 받은 즉시, 한국에 군대를 파송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UN에 통보해서 회원국에 한국 전쟁에 참전할 것을 독려한 대통령이었다.

그런데도, 이승만 대통령은, 친분을 앞세워 공사 간에 “해리”하고 대통령의 이름을 불렀으며 한미 간의 협상 안건에 대해서도 거의 양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몇 가지 추측이 미군 철수의 빌미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한국군은 “애치슨 라인 선언”으로 철수하는 미국을 붙들고 기관총과 탱크 몇 대라도 남겨 달라고 눈물의 호소를 했으나 아무 소용 없었다.

결국, 이로 인해 우리는 불과 다섯 달 후에, 6·25 전쟁을 치르고, 초토화된 조국 강산에 내던져졌다.

이 전쟁으로 우리가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자주국방이라는 대명제였다. 내 손으로 무기를 만들어서 내가 나라를 지키지 않으면 내 나라는 이미 빼앗긴 것과 마찬가지이다.

애초에 “애치슨 라인 선언”이 없었다면, 혹은 그것이 있었더라도 전차와 기관총 같은 무기가 있었다면, 최후 방어선인 낙동강까지 뚫려서 안강 포항까지 후퇴하는 참패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아래서 언제까지나 국방과 민생을 다른 나라에 의존할 수는 없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의 방위산업을 이룩한 큰 동기였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정교한 기술, 월등한 화력, 효율적 생산설비 및 신용으로, 이 분야의 절대강자인 미국과 독일과 소련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미국은 고마운 나라, 은인의 나라이지만 보잉사, 등 한국에 전투기와 첨단 무기를 수출한 회사들의 횡포는 분노를 넘어 우리를 슬프게 했다.

그런 방위산업체들이 더는 세계의 가난한 수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착취 수준의 고가로 농락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첨단 방위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하겠다. 그것이 또한 우리의 국력을 신장하는 효율적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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