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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더 돌려도 된다는 실무진에 장관이 “너 죽을래” 했다

기사승인 2020.11.20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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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봉 본사주필

허위보고서를 상부에 올려야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소신 있는 사람들이 장차관을 해야지 하는 생각은 여전하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이 2018년 월성 원전(原電) 1호기의 ‘한시적 가동’ 필요성을 보고한 산업부 담당 공무원에게 “너 죽을래.”라고 말하며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감사원이 확보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이후 백 전 장관은 ‘즉시 중단’으로 수정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월성 1호기는 작년 12월 가동을 영구 정지했다.

조선일보의 취재 상황으로 사건을 되짚어보면, 감사원은 지난달 22일 검찰에 송부한 월성 1호기 관련 ‘수사 참고 자료’에 현 정권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밀어붙인 과정을 상세하게 담았다.

감사원은 당시 의사 결정 과정의 책임자급인 백 전 장관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등 고위 공직자 4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있는 사실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은 2018년 4월 초 원전산업정책과장 등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 방안 보고를 받았다. 산업부 직원들은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를 하되, 그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원전 영구 정지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까지 2년간은 원전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자 백 전 장관은 “원전을 그때까지 가동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하란 말이냐. 어떻게 이따위 보고서를 만들었느냐?”, “너 죽을래?” 하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즉시 가동 중단으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 보고는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월성 1호기를 방문한 뒤 ‘외벽에 철근이 노출돼 있었다.’는 글을 청와대 내부망에 올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질문한 직후에 이뤄졌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들은 백 전 장관이 ‘한시적 가동’ 보고를 올린 산업부 직원들을 질책한 걸로 안다.”고 했다.

이튿날 원전 담당 간부 등이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만들어 보고하자, 백 전 장관은 “진작에 이렇게 하지.”라며 “청와대에 이대로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된 이 문건은 청와대에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감사원 조사 때 “백 전 장관의 질책을 듣고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백 전 장관은 감사원 감사 때 이런 말과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감사원은 감사 과정에서 원전산업정책과장이 한시적 가동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했던 최초 보고서 등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 방안’ 문건이 삭제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월성 1호기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산업부 원전 담당자들의 PC에서 관련 자료 444건이 삭제됐다고 밝힌 바 있다. 감사원은 이 중 324건은 복원했지만 나머지 120건은 복원에 실패했다고 했다. 청와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걸 숨기기 위한 조직적 증거 은폐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부가 2018년 4월 초 청와대에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 보고를 올린 후 산업부는 노골적으로 원전 운영을 담당하는 한수원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수원은 원안위의 월성 1호기 영구 정지 허가가 나올 때까지는 원전을 가동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의견이었다.

원자력안전법상 원전 영구 정지는 원안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산업부 공무원들은 한수원에 “장관이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 “즉시 가동 중단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옷 벗어야 한다. 한수원이라도 아무 일 없을 것 같으냐?”고 했다고 한다.

산업부의 압박으로 한수원이 한 회계 법인에 발주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는 실제보다 낮게 나왔다는 게 감사원 의견이다. 월성 1호기의 이용률과 판매 단가를 낮게 잡는 식의 ‘경제성 조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산업부와 한수원 등에 대한 압수 수색으로 시작된 검찰의 이 사건 수사는 이런 감사원 감사 자료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검찰의 월성 1호기 관련 수사를 “검찰 쿠데타”, “정권을 겨냥한 정치 수사”라고 공격하고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 아래 이뤄진 정책적 결정에 ‘윤석열 검찰’이 법을 들이대 정권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백 전 장관은 당시 지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조선일보 담당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참 어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희봉 본사 주필 mhb09@hanmail.net

<저작권자 © 미래세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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