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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할머니들에 못할 짓"

기사승인 2020.05.25  10: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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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봉/본사주필

"윤미향, 할머니들에 못할 짓"

▲ 문희봉/본사주필

정대협(정의기억연대)의 정신과 맞지 않는 일을 한 윤미향 당선자의 행동은 우리 모두를 아연실색케 한다. 정치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정대협 정신을 외면하고 이번에 비례대표로 당선인이 된 윤미향의 행동을 두고 국민들을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건 아니다. 이런 사람을 추천해 준 공당인 민주당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사태추이를 살펴본 후에 입장을 밝히겠단다.

정의기억연대(전 정대협)는 20일 자기 단체 원로 12명 명의로 최근 횡령·배임 의혹에 휩싸인 윤미향 전 대표를 두둔하는 '초기 정대협 선배들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대협 핵심이자 공동 창립자인 윤정옥(95·사진)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그런 입장문에 동의한 적도, 동의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연은 20일 수요집회에서 '초기 정대협 선배들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대협 초대 공동대표였던 윤 명예교수와 이효재(96)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포함, 12명 이름이 담긴 입장문에는 '윤 전 대표는 정대협 설립 시에 간사로 시작해 사무총장, 대표직까지 오직 정대협 운동에 일생을 헌신한 사람'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하지만 윤 명예교수는 21일 모 신문과의 통화에서 "내 이름으로 입장문이 나갔느냐?"고 되물은 뒤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입장문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또 "정대협과 윤미향 전 대표에게서 최근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윤 전 대표의 국회 진출에 대해서는 "정치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정대협 정신과 맞지 않는 일로, 할머니들에게 미안해서 못 할 짓"이라고 했다. 이어 "정대협은 처음부터 '정치와 엮이지 않는다.'는 공감대 속에서 출발했다."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정치와 연결 짓는 것은, 이미 일본에 한 차례 이용당한 그분들을 두 번 이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입장문 작성 경위에 대한 질문에 정의연 관계자는 "(정대협) 한 선배가 작성해 나머지 분들께 한 줄 한 줄 읽어드리고 동의받은 것"이라고 했다. 작성하고 동의를 구한 사람이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

윤정옥 명예교수는 1980년대 위안부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시민사회의 상징적 인물 중 한 분이다. 1980년대부터 일본·중국 등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홀로 연구했다. 그가 정대협을 만들었을 당시 윤미향 전 대표는 간사를 맡았다.

윤 명예교수는 정대협·정의연의 과도한 모금 활동과 거기서 불거지는 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기부는 고마운 일이지만 단체가 먼저 나서서 돈을 모금하는 것은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리고 할머니들을 돕는다는 단체정신과 맞지 않는다."며 "1992년 시작된 수요집회 초창기만 해도 모금 활동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자꾸 돈을 모으기 시작하니 관련된 문제도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의혹이 나오는 것 자체가 깨끗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윤 명예교수와 함께 위안부 문제 연구를 처음 시작했던 이효재(96) 이화여대 명예교수 측에서도 윤미향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고령(高齡)의 이 명예교수는 학교 은퇴 후 재산을 여성계와 사회에 헌납하고 경남 진해로 내려갔다. 이 명예교수의 제자이자 측근인 여성학계 중진 A교수는 21일 모 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척박한 가부장제 문화에서 여성학과 여성 운동의 기반을 다진 두 학자의 이름을 윤미향의 부정을 덮는 데 쓰지 말라."고 했다.

A 교수는 "윤미향을 지키기 위해 수요집회에서 은사님의 성함을 부르는 걸 보고 참담했다."며 "두 원로 교수는 1990년 정대협을 발족시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만드는 데 헌신해온 분들", "윤미향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기 위해 불명예스럽게 두 분의 이름을 올린 행위는 어디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윤미향 재산 의혹에 대해 與가 나서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1일 '일본군 위안부 성금 유용'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윤미향 당선자와 관련해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윤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 등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와 정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 지도부가 사태를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은 "무책임하다."고 했고, 법률·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당선자 의혹에 대해 "저희는 공당(公黨)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정의연 회계 감사 결과가 나온 뒤에 입장을 내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당 지도부의 이런 기조가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란 지적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6선 이석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진영 논리에 갇혀 묵언 수행을 하다 보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다."고 했다. 3선 김영춘 의원은 "윤 당선자가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민주당이 즉시 진상조사단을 꾸려서 의혹의 진위와 책임의 크기를 가려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조국 사태' 등 여권발 주요 악재 때마다 민주당 편에 섰던 정의당도 이번엔 민주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민주당은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며 당선자 개인의 해명에만 맡겨놓고 있다."며 "윤 당선자의 재산 형성 과정 의혹에 대해 책임 있게 나서라."고 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윤 당선자가 정의당의 '데스노트(낙마 리스트)'에 올랐다."는 말도 나왔다.

법률·회계 전문가들도 가세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정의라는 이름 뒤에서 허위와 탐욕을 일삼은 사회단체,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다. 한국회계학회장을 지낸 이만우 고려대 교수도 "국민의 선한 기부 의욕이 한꺼번에 사라질 위기 상황"이라며 "검찰의 신속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조국 사태 등 이런 불미스런 일들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하다.

문희봉 본사 주필 mhb09@hanmail.net

<저작권자 © 미래세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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