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선 수필가 / 양홍규 후보 고3 담임

“저, 계룡산에서 내려온 양홍규입니다. 오늘 사시 합격자 합격통지서를 받고 제일 먼저 은사님께 이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귀가 번쩍 뜨이고 피곤했던 마음이 금세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양홍규! 장하다. 축하한다. 지금 당장 만나자, 학교 앞 <도원 다방>으로 오너라. 나도 곧 나간다.”

그래서 다방에서 그를 만나 포옹하고 굳게 악수도 했다. 지금부터 30여 년 전 얘기다.

그래서 그는 ‘계룡산’, ‛화장실’이란 단어가 나오면 연상되는 자랑스러운 제자인 것이다. 그가 바로 80년대 초, 충남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았던 양홍규다.

그런 그가 4.15 국회의원 선거,<대전 서구을 미래통합당 후보자>로 지명 받아 경선에서 이겨 미래통합당 후보가 된 것이다.

어느 뉘 교사라 한들 제자가 잘 되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을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더구나 고등학교 학생 시절 그에게는 기분 좋게 생각나는 추억들이 많았다.

그 기분 좋은 추억, 그와 함께 충남고 동기동창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이야기다.

현재의 충고는 둔산동에 있지만 80년대 당시는 도마동 유등천 천변에 있었다. 말하자면 현재의 버드내중학교가 충고의 전신이 되는 셈이다. 전개되는 얘기는 충고가 도마동에 있었을 때의 일화이다.

그가 학생시절이었으니까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얘기인 것이다. 그런데도 양홍규에 대한 추억은 아직도 기분 좋고 고마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고3 때 화장실청소에 관련된 얘기이다.

학년 초 각 반에 배당된 화장실 청소가 있었는데, 그 청소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한 사람도 없었다.

당시에는 용변을 보고 난 뒤 물이 나오게 하는 버튼도 없었으니 거칠고 우악스런 남학생들이 조심성 없이 아무렇게나 쓰고 있는 화장실인데다가 악취까지 진동하고 불결하기 이를 데 없었으니 웬만한 인내심과 봉사정신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선 선뜻 용기가 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임으로서 고민하고 있는 중인데 양홍규가 손을 들며 자기가 화장실 청소 당번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양홍규는 학생시절부터 봉사정신이 투철한 학생이었다. 남이 하기 싫어하는 화장실 청소를 자원봉사로 일하며 희생정신으로 살았던 학생이었다.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전체를 위해선 어떤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는 희생정신을 가진 학생이었기에 그 당시 담임으로선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어떤 언론가는 그를 가리켜 바늘로 찌르면 가슴에서 피가 철철흐르는 따뜻한 사람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비단 담임교사인 나나 언론인만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다. 그를 알고 있는 대부분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 언론인은 양홍규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법을 전공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제자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해보겠다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담임이던 나를 선대위원장으로 부탁한 것이다.

어깨가 무겁다.

유능한 정치인도 많고, 인맥이 두터운 사람도 많으며, 사회 저명인사들도 많은데 보잘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내가 그 막중한 선대위원장이라니.

대체로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은 자랑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그 좋은 일은 자기가 잘나고, 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기에 자만심에 빠져 감사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 밖으로 많은데, 양홍규제자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가 사시에 합격하자마자 옛 담임을 찾았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는 배은망덕하지 않고 보은하고 감사하며 사는 삶을 실천하는 인물이었다. 은혜 입은 것은 반드시 보은하고 살려는 가치관과 인생관을 가진 인물이었다.

자기 능력으로 값진 일을 해 내고서도 자신이 잘해서 그랬다는 자만심보다는 보은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려는 인물이었다.

선대위원장인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른다. 그래서 이따금씩 사무실에 들러 노고가 많은 사무종사원들과 찾아오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만 하고 있다.

양홍규 제자여!

이런 나를 선대위원장으로 대우해주는 것이 고맙고, 마지막으로 제자를 위해 한 번 더 봉사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가슴이 벅차다. 오늘도 선거사무실을 찾아가 지인들께 제자 자랑만 하겠노라.

음수사원(飮水思源)의 마음으로 멸사봉공(滅私奉公)하고,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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